안전한 생활을 하기 위해 정관수술이란 것을 하기로 맘을 먹었다.
솔직히 정관수술에 대한 거부감이 엄청나게 컸다. 부모가 물려준 소중한 신체를 손상시키는 죄를 짓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솔직히 핑계고 무섭다. 몸에 칼을 대다니.... 하지만 대안이 마땅치 않아 고민만 계속하다 시간만 보내게 된 것 같다. 대부분 남자라면 나와 같은 생각일 것이다.
어느 날 문득 이제는 정말 해야 될 때가 된 것 같아 인생에서 2번째의 중대한 결정을 하게 된다.
첫 번째는 엄마손에 이끌려 아무 생각 없이 당했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정관수술 진행순서 요약]
- 비뇨기과 상담 (주의사항 확인 必)
- 수술 (비용은 병원마다 다름 30~40만원 정도 생각하면됨)
- 3개월간 20번 이상 사정하여 남은정자 배출
- 정자검사 (남은정자가 있는지 확인)
제1장. 결정
누구나 마찬가지지만 우선 얼마나 아픈지.. 가격은 얼마인지.. 생활은 가능한지 여러 가지 정보가 필요하다.
각종 후기를 찾아보았다. 아프다는 사람과 하나도 안 아프다는 사람이 나뉘는 것 같다. 일단 하기로 맘먹었으니 병원을 찾아본다. 생각 외로 비뇨기과가 많은 것을 알 수 있었고 고르기 어려웠지만 남자간호사가 있다는 근처 병원으로 결정했다.
제2장. 상담
아무렇지도 않은 척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병원으로 출발한다. 머릿속에는 계속해서 '내가 고자라니~ 내가 고자라니' 이런 생각이 끊임없이 떠오른다. 하지만 의지의 한국인이기 때문에 마음을 다잡고 병원문을 들어선다. 비뇨기과는 처음인데 왠지 모르게 위축되기 시작했으나 다양한 나이 때의 손님들이 소파에 줄지어 앉아있는것을 보니 다행히 심리적 안정감이 찾아왔다. 대충 둘러보니 나이많으신분들이 더 많은것같다. 쇼파에 앉아서 한참을 기다리다 들어오라는 안내를 받아 상담실로 들어간다.
믿음직스럽지 못한 의사인지 뭔지 모를 사람이 여러 가지를 알려준다.
1. 100% 안전한 방법은 아니나 99.9% 정도로 안전한 방법이다.
음... 그럼 선생님 100% 안전한 방법은 없는 겁니까? 물어보니 부x을 적출하면 된다고 한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pass
2. 부부일 경우 같이 상담을 받아야지 나중에 혼란이 일어나지 않는다.
(남편 혼자 정관수술을 했는데 와이프가 임신해서 의심으로 인한 부부싸움의 원인이 된다고 한다.)
3. 수술 후 일주일 정도 성생활을 자제해야 한다.
4. 돈을 좀 더 내면 수술부위를 본드로 붙여 바로 샤워가 가능하다고 한다. ok
5. 수술시간은 15분 정도 소요된다.
6. 수술 후 3개월 후 반드시 병원에 방문하여 정자검사를 해야 된다. 최종 검사를 받지 않은 경우 책임 안 진다.
7. 염증이 발생하는 경우도 종종 있으니 약을 잘 먹어야 한다.
기타 등등을 알려주고 수술동의서 서명을 한다.
제3장. 거사(수술)
상담이 끝나고 수술실로 안내를 해준다. 지금이라도 돌아갈까?라는 생각도 해보지만 이제 와서 되돌리기엔 늦은 것 같다. 주먹을 꽉 쥐고 간호사의 뒤를 쫄래쫄래 따라간다. 수술실은 의외로 단출했다 TV에서 나오는 화려한 기계는 없고 허름한 수술대만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탈의실에 들어가서 하의를 벗고 나오라는 메마른 목소리에 이등병처럼 긴장된 자세로 탈의실로 들어간다. 이제는 정말 되돌릴 수 없는 거다. 빨리하고 돌아가야겠다는 귀소본능만이 나를 지배를 하기 시작한다.
옷을 벗고 나오니 수술대에 누우란다.
바지를 벗고 누워있으니 뭔가 좀 이상하지만 앞으로의 일이 긴장되기에 걱정이 앞서기 시작한다.
남자간호사가 선곡을 하더니 노래를 틀어준다. 오~ 그렇지 긴장이 좀 완화되는 것만 같다. 노래 가사 하나하나가 귀에 쏙쏙 들어온다. 긴장되니 집중되는 것일까? 지금 이 순간 공부를 한다면 잘될 것 같다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 간호사가 이발기를 집 든다. 응? 설마.. 맞다. 소중이를 잡고 현란한 움직임으로 무성한 털들을 깎아내기 시작한다. 다됐나 라고 생각할 때쯤 조금 부족했던 것일까? 면도기를 들더니 슥슥 문질러 털들을 시원하게 제거한다. 흡족한듯한 모습으로 소독약을 시원하게 발라주고 준비 완료됐다는 연락을 한다.
몇 분을 기다렸을 때인가 나이가 많아 보이는 어르신이 들어오신다.
말하기도 힘드신지 바로 자세를 잡고 수술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우선 마취주사를 줒어든다. 인터넷 후기에서 마취주사 맞을 때 아프다고 했던 기억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몸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한다.
따끔하다. 기억은 잘 안 나지만 포경수술 때의 느낌과 비슷한 것 같다. 2방인지 3방을 연달아 찔러 넣는다.
그리고 이내 칼을 쥐어든다.. 응? 아직 마취가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라고 생각하지 마자 통증이 대뇌에서 전두엽까지 전달된다. 할아버지 아파요 라고 속으로만 외쳐본다.
솔직히 아픈 것보다는 불쾌감이라고 해야 되나? 긴장감이 극도로 올라가기 시작하면서 몸에 힘이 더 들어간다.
뭔가를 잘라내는 소리가 나기 시작하더니 뒤이어 레이저로 지지는 건지 탄내가 난다.
이제 끝난 건가.... 아니다 우리에게는 2개가 달려있다 하나가 더 남았다.
나머지 하나도 마무리하고 의사 선생님은 시크하게 돌아서서 나간다.
간호사가 무심한 표정으로 잘라낸 정관 2개를 보여준다. 굵은 파스타처럼 생겼다.
일어나서 옷 입고 나가면 된다고 한다. 집에 걸어서 갈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들었지만 일어서서 걸어봤더니 별 느낌은 없다. 그냥 뭔가 찝찝한 느낌이 든다.
수술실을 나와서 수술비를 카드결제한다 35만 원이란다. 멋지게 일시불로 긁고 뒤돌아 병원을 나왔다.
이젠 정말로... 고자가 된 것이다.
제4장. 기다림
수술 후 집에 와서 샤워를 했다. 5만 원 더 주고 본드로 붙였기 때문에 샤워를 해도 된다고 한다.
아 맞다 3개월 동안 20번 이상 사정을 해야 남은 정자를 배출할 수 있다고 한말이 떠오른다. 음.... 도전해보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거사 이후 2주 정도는 느낌이 이상하다. 뭔가 찜찜한 기분이 자꾸 든다. 애써 잊으려고 노력하다 보니 시간은 정말 빠르게 흘러간다.
제5장. 확인사살
수술에 대한 생각일 잊고 살며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데 문자 한 통이 온다.
검사기간이 되었으니 내원하여 검사를 받으라고 하면서 검사받기 3일 전부터는 관계를 갖지 말고 방문해야 된다고 한다.
ㅎㅎㅎ 드디어 때가 된 것인가?
마침 근처 갈 일도 있고 방문예약을 한 뒤 병원문을 들어선다. 두 번째라고 긴장은 되지 않는다.
음.. 여자 간호사가 카운터에 앉아있다. 말하기가 좀 뻘쭘하지만 정자 검사하러 왔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먼저 진행 중인 손님이 있으니 앉아서 기다리라고 한다.
한참 핸드폰을 뒤적이고 있는데 무표정한 얼굴의 남자가 다가오더니 요구르트통 3배 정도 되는 플라스틱 병을 건네며 따라오라고 한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편하게 누울 수 있는 의자와 TV가 보인다. TV를 틀어주고 통에다 받으시고 카운터에 제출하고 가시면 된다고 하며 뒤돌아서 나간다. 혼자만 멍하니 통을 들고 서있으니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든다.
TV에서는 서양 누님이 추우 신지 옷을 갈아입고 계셨다. 아무튼 마무리하고 플라스틱 병을 카운터에 제출하고 병원문을 나선다.
일이 있어 차를 타고 한참 이동 중에 전화 한 통이 온다.
검사 결과 정자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피임 안 하셔도 됩니다.라고 안내해준 뒤 수고하세요~ 하고 전화를 끊는다.
이제는 정말 고자가 된 것이다. 왠지 모를 씁쓸함이 몰려온다.
하늘을 보니 날씨는 더럽게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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